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10.03.05 07:00

보행권은 인간권이다


‘보리밭을 질주하는 멧돼지’
메이지(明治)시대, 일본 도시에 처음으로 나타난 자동차를 두고 일컬었던 말이다. 상황이 조금 바뀌었지만 도시의 평화는 보리밭을 짓밟는 멧돼지처럼 자동차가 짓밟고 있다.

1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자동차도 이미 2,000만 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수준도 세계 상위권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차가 많아질 것을 예측치 못한 채 만들어진 우리의 도시는 자동차에 압도당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앓는 몸살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오래 전부터 선진도시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개인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혹은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다른 답은 없다.
제아무리 도로를 넓히고, 터널을 뚫고, 지하도를 파고, 주차장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시도 끝에 얻은 유일한 답이었다.
목표를 위한 정책과 방법은 각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자연적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답은 유일했다.

반대방향으로 가려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마산이다.
마산시는 2007년 발간한 『2020년 마산도시기본계획』에서 2005년과 2020년의 소단별 통행량 예측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작년11월 12일 마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이주영 국회의원 정책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김민수 교수가 제시한 자료다.

마산시는 2020년의 통행량 상황을 2005년과 비교하면서,
보행은 13.1%⇒10.1%로 줄고, 대중교통은 32.5%⇒26.7%로 줄고, 택시는 24.2%⇒22.8%로 줄되, 유독 승용차만 21.2%⇒27.9%로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개인자동차를 늘이고 보행과 대중교통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나는 어떤 도시에서도 본 적이 없다.
환경문제가 전 지구적 관심 아닌가? 현 정부에서도 ‘친환경 녹색성장’이 주요정책방향 아닌가?

걷거나 버스타지 말고 자가용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 어이없는 도시정책은 도대체 누구의 상상력이며 비전인가?
비판하는 발제자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싶었다.
걷는 사람과 버스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하고 있으니 오늘 마산의 도시교통정책이 이렇게 거꾸로 가고 있구나 싶었다.

도시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는 땅을 포함한 시설, 시민, 그리고 시민의 ‘행동’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문화, 행사, 유통 등 생활을 담는 행동공간이자 삶의 터전이다.
그러므로 도시에서 사람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위치 이동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걷는다는 그 자체가 우리의 생활이며 시민의 기본권이다. 그동안 경제성과 효율성이라는 미명 앞에서 철저히 부정되기도 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아름다움으로 변했다.
하지만 사람이 걸어야할 길을 자동차가 턱하니 막고 있어서 차에 밀려난 사람들은 또 다른 차를 피해 이리 저리 꾸불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다.

인간이 자동차를 만든 이유는 그것을 통해 보다 편하고 질 높은 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처럼 자동차 때문에 인간이 이리 저리 내몰리게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언젠가 보행권을 주장하는 단체에서 마산의 도심 보행권 실태를 조사했다. 두 번에 걸친 실태조사의 결과는 이렇다.

남성동 파출소 앞을 지나는 남성로의 경우,
보행자가 이용하는 보도의 폭이 겨우 1미터 전후인데 그나마 이들 대부분도 불법 주․정차로 인해 보행로의 기능은 없어져버렸다.
남성로를 걷는 사람들은 보도를 자동차에 뺏긴 채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들어가 이리 저리 앞뒤를 살피며 다니는 실정이다.

불종거리의 경우,
보차 구분이 있기는 하나 상품진열과 입간판, 보도의 불연속성 등이 보행환경을 크게 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질이 우리 삶의 질이라면 보행권은 시민생활의 중요한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쾌적한 보행이 시민의 권리로서 보호받도록 도로 사용의 우선권을 자동차로부터 보행자가 돌려 받아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도시행정의 계획과 지원이 적극 실현되어야한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임치고, 사람은 걷는다, 그래야 행복하다.
보행권은 인간권이다.
‘도로의 인간화’ 없이 ‘시민 존중의 도시’는 공염불이다.<<<

                          <쿠리티바의 보행자 전용 거리>


Trackback 0 Comment 4
  1. 유림 2010.03.06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쉬는 날 버스를 놓쳐 걷게 되었는데 역시나 아찔한 경험을 했답니다.
    아슬아슬하게 제 옆을 스쳐가는 버스에 하마터면 큰일이 날뻔 했지요
    버스를 떠나는데 전 멍하니 놀래서 그자리에 한참을 섰었지요

    그런 곳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힘들어요

    • 허정도 2010.03.06 11:03 신고 address edit & del

      걷기 좋은 길을 갖고 싶은 마음,
      큰 욕심 아니겠지요?

  2. slug 2010.03.08 19:3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자전거를 취미로 둔 입장에서 선진국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넓은 인도와 자전거도로,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이가능하고
    매연없는 쾌적한 도시...
    언제쯤 우리는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을까요

    • 허정도 2010.03.08 23:11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쎄 말입니다.
      도시정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민들의 의식이라고 봅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시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힘을 모으면 보다 나은 미래가 오겠죠.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공간의 재탄생 - 재생 건축 intro.

세달 가까이 이어져 왔던 '건축의 외형' 에 이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방치되고 버림받게 된 건축에 새 삶을 불어넣는 '재생 건축' (regenerative architecture)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볼까 합니다..

기억을 찾아가다 - 18

18. 바냇들, 부림시장 정전 다음해 진학한 마산서중(전쟁 중인 1951년 9월 1일 6년제 마산공립중학교가 3년제 마산고와 마산서중으로 분리되었다. 마산서중이 현재의 마산중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것은 1955년 5월 7일이었다..

기억을 찾아가다 - 17

17. 공놀이, 헌병사령부 축구팀 우리 어릴 때 겨울 빈 밭에서 새끼로 동여맨 짚 뭉치를 차고 놀던 기억이 있고, 간혹 있은 잔칫집에서 나온 돼지 오줌보에 물을 넣어 차고 놀던 일도 어렴풋이 기억의 한 자락에 남아 있다. 형들..

기억을 찾아가다 - 16

16. 광복절 행사와 우리들의 영웅 초등학교 때도 광복절 기념 체육대회가 있었지만 참여 정도가 미미해서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중학생이 되어 응원군으로 참여하면서 운동경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 선수들의 면면이..

기억을 찾아가다 - 15

15. 정전 후의 체험들 Ⅵ - 공군 요양소 우리 동네 대여섯 채의 적산가옥(일본인들이 살던 집)들은 다 불하되어, 동네 사람들이 들어갔지만, '봉선각'은 그 얼안이 커서(500평은 되었을 듯) 동네 사람들은 엄두를 못 내었던..

건축의 외형 - ‘(조개)껍질’ (Shell)

지난주의 새둥지에 이어 또다른 자연물의 형태인 '조개껍질' 형태의 건축물 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건축에서 shell 이라고 하면, 셸구조(shell 構造) 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겠습니다만, '건축의 외형'..

기억을 찾아가다 - 14

14. 정전 후의 체험들 Ⅴ - 마부 버스, 화물차 군용차 아닌 것들을 그때 우리들은 ‘개인차’라 불렀는데, 개인 승용차는 당시로선 하루에 한두 대 보기도 어려웠고, 거의 모두가 화물차와 버스였다. 거의 모두 일제가 두고 간 ..

건축의 외형 - ‘새둥지’ (Bird's Nest)

동굴에서의 삶을 시작으로 인간의 주거는 자연을 모방하는 단계를 거쳐 현재는 완전히 인공적인 삶의 공간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연적 형태들은 완전한 인공물인 건축의 형태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의도되었든 ..

기억을 찾아가다 - 13

13. 정전 후의 체험들 Ⅳ - ‘이용범 다리’ ‘용베미 다리’란 말을 언제 쯤 부터 들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용범(아래 사진 / 1905~1968)이란 인물의 이름이 널리 퍼진 계기로 미루어보면, 1954년..

건축의 외형 - ‘원통’ (cylinder)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도형들 중에, 언제나 주변에 있어서 오히려 존재감이 낮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에서의 '원통' 이 그런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원통형 물체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

기억을 찾아가다 - 12

12. 정전 후의 체험들 Ⅲ - 귀환, 상이군인들 정전 얼마 후에 전장에 갔던 아저씨들이 속속 돌아왔다. 함께 끌려가서(그땐 그렇게들 표현했다) 내내 한 부대에 있다가 함께 돌아온 우용 아저씨와 내 당숙은 상이용사가 되어 돌아..

건축의 외형 - ‘타공판’ (perforated board)

사람이 건축의 외형을 인지하고 기억할 때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됩니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특정 건물은 가장 부각되는 특정 요소로 기억하게 되는 듯 합니다. 규모나 재질, 기하학적 형태, 조..

2018년 새해인사

새해 인사드립니다. 꿈 꾸는 것과 희망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해가 되기 바랍니다.

건축의 외형 - ‘액자’ (frame)

미술의 역사 만큼이나 액자의 역사는 오래 되었을 것입니다. 회화의 전시, 보존 등을 위한 보조적인 위치에서 출발한 액자는 사진의 등장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현재는 picture frame 만이 아니라 photo frame, d..

기억을 찾아가다 - 11

11. 정전 후의 체험들 Ⅱ - 수학여행 전쟁이 막바지로 갈 때쯤 해선 민간자동차도 많이 다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로 화물차가 많이 보였는데, 마산 부산 간에만 다니던 버스 숫자도 상당히 불어난 걸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