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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09:00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마산의 9월 12일

9월 12일 아침 10시 반,
‘태풍 매미 희생자 6주기 추모제’가 신마산 서항부두 옆 태풍매미추모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마산시장을 대신한 부시장 외에 마산에서 내노라하는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하여 엄숙하게 거행되었습니다. 모두들 표정이 무거웠고 웃음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추모제단에 각계에서 보낸 조화가 늘어서있다


추모식장 곁에는 6년 전 태풍 매미가 몰고 온 참혹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시민들마다 혀를 차고 한숨을 지으며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6년 전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내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 절망과 슬픔에 비통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3년에 발생한 모든 태풍을 통틀어 가장 강력했고, 상륙했을 때의 위력은 그 때까지의 모든 태풍 중 가장 센 놈이었습니다.
얼마나 피해가 컸던지 ‘매미’는 태풍 이름에서 퇴출당하고 ‘무지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답니다.

▲추모 사진전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태풍이 왔던 밤,
경남대 앞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청년의 증언을 인터넷에서 찾았습니다.

“저녁 8-9시 쯤 대로에 성인 가슴까지 물이 찼는데, 이 물이 각 건물 지하실로 마치 폭포수처럼 빨려 내려갔습니다.바람도 심하게 불고 여기저기 변압기가 터지는 소리가 펑펑 들렸어요.
사방은 정전이 되어 질흙같이 어두웠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마산아름다운가게 5주년 생일잔치에서 인사하는 마산 상의 한철수 회장


 30분 후 오전 11시,
 마산 대우백화점 앞마당에는 ‘아름다운가게 5주년 생일잔치’가 열렸습니다.

태풍매미추모공원에서 자동차로 2분 거리입니다.
마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대우백화점 대표 등 지역에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여기에도 모였습니다.
표정이 밝았고 반가운 인사소리와 해맑은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겹쳤습니다.


싸고 질 좋은 아름다운가게의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 때문에 즉석 장터도 붐볐습니다.
타 지역과 달리 마산의 아름다운가게는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그들의 맑은 웃음이 가을하늘을 더욱 푸르게 했습니다.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한지 일 년 되던 2004년 9월 12일 이 가게가 탄생했습니다.

개점하던 날,
“마산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사람이 아름답게 세상이 아름답게 변하기를 바란다”고 했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인사말이 떠올랐습니다.

▲상품을 사려고 붐비고 있는 아름다운가게


30분을 사이에 두고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 날이었습니다.

희망은 두 배로 키워야겠고 절망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해야겠는데, 마산시의 재난대책을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마산 앞바다는 만(灣)이라 매립을 할수록 해일 피해가 커집니다.
하지만 마산시는 지금도 매립을 못해 안달입니다.

소위 ‘해양 신도시’를 건설하기위해 40만 평 초대형 매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근의 항만조성공사에서 발생할 준설토 때문에 매립을 한다고 하지만, 그 핑계로 터무니없이 큰 규모로 매립해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바다의 복수’라는 유행어까지 있었지만 그 새 까맣게 잊은 모양입니다.

이를 두고 경남대 이찬원 교수는 며칠 전에 있었던 공개토론회에서 ‘해양 신도시’가 아니라 ‘공유수면매립 아파트조성공사’로 이름을 바꾸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매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에서 “두 번 다시 똑 같은 재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하고 든든한 선진 방재시범도시로서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고 한 마산시장의 인사가 공허했습니다.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9월 12일 오전의 두 행사를 보면서,
‘처음으로 돌아가 처음처럼 세상을 보라‘던 선인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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