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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6:00

모지를 바라보며 마산을 생각하다


낡고 오래된 도시공간을 되살리거나 이미 죽었던 옛 도시의 영광을 부활시키는 도시재생프로그램은 현대도시설계의 중요한 장르가 되었다.

잿빛 벽돌의 폐허였던 화력발전소를 한해 관광객 400만 명이 찾게 만든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
오래된 철도역을 재활용하여 ‘오르세’라는 이름의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파리.
설탕공장을 개조한 이탈리아 파르마의 ‘파가니니 음악당’.
모두 재생의 비전으로 되살린 현대도시 최고급 보석들이다.

           <위로 부터 테이트모던미술관, 오르세미술관, 파가니니음악당>


기타큐슈의 모지항(門司港)도 그렇다. 재생에 성공하였다.

마산보다 10년 빠른 1889년 개항한 모지는 한 때 국제무역도시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던 도시다.
은행, 무역회사, 호텔, 대형점포 등 근대산업을 상징하는 대형건물들이 해안을 가득 메웠던 도시다.


- 마산을 생각하며 모지로 가다 -

신문사 대표직 퇴임 후, 부관페리로 밤의 현해탄을 건너 모지로 갔다. 오래 미뤄온 계획이었다.

모지항은 큐슈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작은 항구다.
간몬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모노세키와 마주보고 있다.

                          <시모노세키로 건너오면서 본 모지항>

                            <모지와 시모노세키를 잇는 간몬대교>


마산과 닮은 항구였다.
항구의 지난 과거가 닮았고 바다와 산, 자연이 닮았다.
건너보이는 시모노세키와 오른쪽 오사카로 나가는 간몬해협 위의 간몬대교는, 건너보이는 창원과 오른쪽 거제로 나가는 마산만 위의 마창대교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았다.
바닷물의 맑기가 달랐고, 사람의 손길이 닿은 건물들과 시설들이 달랐다.
달라도 많이 달랐다.

아스팔트 직선도로에 앉을 곳 하나 없는 해안과 오목조목 물터 만들고 데크(Deck)며 잔디며 벽돌이며 벤치며 사람을 유인하는 해안이 달랐다.
문을 연지 100년이 넘었지만 시간의 흔적을 알 수 없는 마산항과 곳곳에 지난 세월 그 번성했던 흔적을 간직한 모지항은 너무 달랐다.
두 도시 모두 영화와 퇴락의 부침을 겪었지만 모지는 개안하여 살아났고 마산은 정체성조차 알기 어렵다.
모지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마산은 드디어,
'우리 힘만으로는 희망이 없다, 옆 도시와 합쳐버리자'고 합의되는 도시가 되고 말았다.

옛 정취를 되살려 놓은 뒤 모지사람들은 이 새 항구를 ‘모지 레트로’라 이름 지었다.
‘레트로(Retro)’는 영어 ‘Retrospective(회고적)’의 약어다.
한 때 번성했던 항구의 풍경이 회상되는 곳이라는 의미다.




 
                    <위 네 사진은 모지항, 아래 네 사진은 마산항>


모지항은 ‘역사와 자연’을 키워드로 해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였다.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모지항역’을 보존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민들이 직접 나서 ‘모지항보존회’를 조직, 보존기금까지 모금하였다.
그 후,
유럽풍의 모지호텔, 오사카 상선빌딩, 옛 모지항 세관건물, 창고 벽을 그대로 살린 주차장과 미술관, 지난 시절 번성했던 모지항 원래 경관과 항구의 흔적들을 그대로 재생시켰다. 아인슈타인이 묵었던 미쓰이구락부도 있다.
랜드마크 역할은 일본이 자랑하는 건축가 구로가와 기쇼(黑川紀章)가 설계한 전망대가 맡았다.
해변 벤치에 앉은 중년부부의 평화로운 모습이 주변 전경과 잘 어울렸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블루윙모지였다.
블루윙모지는 보행자 전용 도개교, 배가 지날 때마다 다리가 번쩍 들린다.
밤의 조명도 아름다웠다.

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컷 보고 시모노세키로 건너왔다.
가라토 수산시장 데크에서 바다건너 모지를 보며 두 항구를 생각했다.

해풍 건강하게 마시며 바닷길 걷고 싶어서,
키 큰 나무 사이로 걷고 뛰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보고 싶어서,

···········
················
모지를 바라보며 마산을 생각했다.

 

<위로 부터 전망대, 미쓰이구락부, 모지역, 철도역사관, 오사카상선빌딩, 블루윙모지, 모지항세관, 국제우호도서관, 출광미술관, 옛창고벽을 살린 주차장 내외벽>

Trackback 0 Comment 11
  1. 구르다 2009.11.20 12: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
    정책판단이 사람들의 삶과 도시의 생명을 결정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마산은 야경만 아름다운 도시라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 허정도 2009.11.20 13:45 신고 address edit & del

      방문 감사합니다.
      마산도 언젠가는 좋은 도시가 되겠죠.

  2. 林馬 2009.11.20 17: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마산과 닮았네요.
    수변공간만이라도 시민에게 돌려진다면
    모지보다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 허정도 2009.11.20 17:56 신고 address edit & del

      반갑습니다.
      자연조건은 마산이 모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3. montreal florist 2009.11.21 02: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모지항은 참 이쁘게 잘 꾸며 놨군여

    • 허정도 2009.11.21 10:07 신고 address edit & del

      반갑습니다.
      '이쁘다'는 표현이 적절하네요.
      그렇습니다, 참 이쁩니다.

  4. 주여진 2009.11.22 00:0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허정도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모든것은 처음엔 새것이였죠...하지만 모든것에는 시간이 따르는 법이죠.
    마산에는 아직도 흙으로 만든 집이 있답니다.
    새것만 고집하지 말고 오래된 것을 어떻게 하면 재활용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인것 같습니다.
    말로만 환경을 외치지 말고...진정한 환경을 위해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아야겠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마산은 어느 도시 보다 문화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건물은 어는 도시에도 있는법...
    오래된 것, 추억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찾아 시대별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예를 들어 반월동이나 문화동를 60년대 모습을 간직한 마을로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면, 세트장을 새롭게 만들기 보다는 있는것에 조금만 첨가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너무 개인적인 제 마음을 늘어 놓았네요...

    • 허정도 2009.11.22 09:32 신고 address edit & del

      반갑습니다.
      참 좋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네요.
      올드시티와 뉴시티의 도시발전방향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마산 어느 곳에 아직 흙집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 유림 2009.11.22 12:2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 흙집을 저도 보고 싶어요
      다음엔 문화동 반월동을 둘러봐야 겠어요
      아름다운, 정겨운 마산을 그리면서

  5. roulette system 2010.08.10 05:4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름다운

  6. shrimp scampi pasta recipe 2011.04.14 02:4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당신에게 공유를 위해 수많은 감사합니다.좋은 일을 계속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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