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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00:00

살아있는 박물관 '근대산업유산' 재생


- 살아있는 도시박물관 -


두 사진은 일본 키타큐슈 모지항에 있는 주차장 벽체 사진입니다.
위의 사진은 주차장 내부에서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외부에서 찍은 겁니다.
원래 공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인데 벽만 남겨 놓았습니다. 홀로 남은 벽체가 쓰러질까봐 철골로 보강하면서 그걸 디자인 요소로 삼았습니다.

나는 이 벽체를 보는 순간, 그들의 도시개발 수준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모지항의 오래된 과거, 그 긴 시간의 궤적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오래된 건 모조리 헐어내고 새걸로 바꾸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새 담장보다 효율도 떨어지고 돈도 더 많이 들었을텐데 이렇게라도 모지항의 역사유산을 살리려는 그들의 자세를 배울만 하지 않습니까?

문화든 역사든 시설이든, 지역자산을 도시발전에 이용하려는 노력이 이곳저곳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남 앞에 내놓을만한 것이 있으면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설화나 전설까지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황과 문화와 역사는 도시마다 다른데, 각 도시가 내 놓는 콘텐츠들은 대개 엇비슷합니다. 의도와 방법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유수한 도시들이 오래된 산업시설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 때 번성했지만 지금은 기능이 저하되거나 정지된 다양한 산업시설들을 문화관광자원으로 재생시키는 작업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개발과 건설’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고 ‘보전과 재생’이라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의도인데 역사가 깊은 도시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근대산업유산재생’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 새로운 시도가 세계적으로까지 지목받는 이유는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했던 산업시설의 재생이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될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사람의 감성을 일으키는 특수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쇠락해가는 도시를 회생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 유난히 이 시도가 많았습니다. 위의 사례뿐 아닙니다.
일본열도의 도시재생시도는 위로 삿포로맥주공장에서부터 아래로 나가사키전찻길에 이르기 까지 방직공장, 군수창고, 광산, 항만, 운하, 심지어 마을길까지 다채롭고 풍부합니다.
이러한 그들의 노력이 여관마을 쯔마고와 관광휴양지 유후인, 기타큐슈의 모지항과 요코하마의 미나도미라이21까지 탄생시켰습니다.

돈 있고 마음 있으면 어떤 도시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을 앞질러 만들 수 없습니다. 남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서부개척시대의 술집 따위까지 함부로 철거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정책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어느 나라할 것 없이 도시근대화는 공장, 항만, 수도, 교통, 창고 등의 산업시설들이 들어서며 진행되었습니다. 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그것들이 시내 이곳저곳에 흔적으로 혹은 사진으로 남아있지만 양과 질에서 다른 도시에 뒤지지 않는 근대산업시설들이 한 때 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와 개발이란 이름으로 별 생각 없이 그것들을 없애버렸습니다.

마산과 떼 놓을 수 없는 단어를 하나들라면 ‘근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세계사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강제된 ‘근대’였지만 ‘근대’를 빼고는 문화와 역사뿐 아니라 마산정신까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산의 '근대’ 는 마산역(현, 중부경찰서 앞)에서 삼랑진을 거쳐 경부선

으로 연결되었던 마산선 철로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경부선과 시기를 함께한 마산선 철로 개통(1905년)은 이 도시를 일약 전국무대에 드러냈습니다.

마산선 개통 20년 후(1925년)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기 위해 건설된 경전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임항선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마산시내 한 복판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철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지만 마산시민의 애환이 서린 몇 안 되는 근대산업유산 중 하나입니다.
이 임항선을 철로로서가 아니라 마산의 역사로, 문화로, 관광자원으로, 나아가 마산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주장되었던 일입니다.

개통 80년이라는 긴 시간이 이곳을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움직이는 도시역사’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가깝게는 광주, 멀게는 뉴욕과 파리에서 ‘폐선 도심철로의 공공적 가치’의 결과를 이미 증명했습니다.

마산의 거리거리에서 확인한 여러 시설들, 그 방치되고 있는 역사의 자취와 현장들을 다시 살려내어야합니다.

도시는 역사를 담는 그릇입니다.
이 단순하지만 성숙한 문화의식이 도시의 질을 높입니다.
지금의 우리와 다음의 우리가 모두 행복한 도시는 새 것과 큰 것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Old City의 경쟁력은 Old City의 특성에서 찾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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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정건 2010.06.23 15: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옛 한일합섬 공장을 일부라도 보존을 하지 못 한 것이 아쉽네요, 그 넓은 부지에 기껏 아파트라니

    • 허정도 2010.06.23 15:42 신고 address edit & del

      한일합섬 부지 개발 때 섬유박물관이라도 남겨놓아야 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만 소귀에 경읽기였습니다.
      도시 이곳저곳에 아쉬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2. 옥가실 2010.06.24 09:3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글은 매우 빛나는데,
    현실은 매우 암담합니다.

    새 시장이 취임하면 좀 나아지려나요?

    • 허정도 2010.06.24 10:33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쎄,,, 기대하면서 기다려 봅시다.

2010.03.09 08:00

도시의 섬, 3·15아트센터


지난 4일(목) 오후 마산21포럼 주관으로 '마산항 수변공간 개발방안모색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가 열렸다.
영국에서 도시계획가로 활동하고 있는
 양도식 박사가 발제를 하고 경남대 이찬원 교수와 창원대 조형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양도식 박사는 발제에서, 수변을 기준으로 가장 선호해야할 건축물과 그 반대인 건축물을 정리하면서 선호도 1등급에 박물관 등 문화예술시설을 꼽았고 가장 선호도가 낮은 건물, 즉 수변에서 가장 멀리 배치되어야할 건물로 주거시설을 꼽았다.

세미나가 끝난 후, 마산바닷가 머리맡에 지어 놓은 현대아이파크와 양덕동 북향 땅에 지어 놓은 3·15아트센터에 얽힌 우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두 건물은 양도식 박사의 주장과 정반대로 지어졌다.
이미 '현대아이파크'에 대한 글은 올렸기 때문에 3.15아트센터에 대한 글만 올린다.

2009/09/18 - [오늘의 도시이야기] - ‘현대아이파크’의 추억.

                                     <3·15아트센터 야경>


<도시의 섬, 3·15아트센터>

양덕동에 3․15아트센터가 들어선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게 흠이지만 시설의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오랫동안 대형문화공간이 없었던 탓에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건축물이다.
격 높은 예술 공연은 물론, 집회 및 토론회 등 그 소용가치가 한두 가지 아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는 없어야 한다는 안타까움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이 무슨 필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차분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자성하고 싶어 쓰는 글이다.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입지조건이다.
공공성과 기념성이 강한 건물일수록 그 비중은 높아진다. 그것이 건축물의 품위와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3․15아트센터는 부지 위치가 부적절하다고 착공 전부터 말이 많았다.

지역의 건축도시전문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주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비를 털어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말렸다. 이 터는 3․15아트센터를 짓기에 적절한 땅이 아니라고.
그 이유로 북향배치, 교통, 주변여건, 대지규모, 지형적 상징성 등을 들었다.
특히 공연 후 여운을 즐기거나 동행자들과 뒷이야기 한 마디 나눌 수 없는, 마치 '도시 속의 섬'과 같이 될거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대안 제시도 했다.
마산의 특성을 살려 아트센터의 적지는 마산만 수변 어딘가가 좋을 것이라 했다.
신포동 매립지 현대아이파크 주변이 좋겠다고 구체적인 제시도 했다. 그렇게 되면 마산만의 정취와 여유로움이 아트센터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만 어시장 상권과 3․15아트센터의 유기적 연결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남강 없는 촉석루를 생각할 수 없고 포트잭슨만(灣)이 있어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더욱 빛난다고도 했다.
훗날 돌이켜 보면 지금 몇 년 빠르거나 늦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면서 쫓기듯 허겁지겁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마산시는 이런 주장에 대해 비용 문제, 법적인 문제, 시일문제 등을 이유로 현재의 위치에 공사를 강행, 지금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었다.
지어달라고 하다가 지어준다니 발목을 잡는다면서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3·15아트센터가 선지도 그새 몇 년이 지났다.
이제 와서 혀를 차는 시민들이 많다.
공연관람 후 차 한잔하려해도, 간단히 맥주 한잔 나누려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건물이용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미 예견한대로 그것은 섬이었다.
걸어 나올 수 없는 외로운 섬이었다.

현 위치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난한 시민들 중에서도 그 때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한번 결정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건축과 도시의 특징 아닌가.
설령 좋은 곳에 다시 짓는다 해도 지금의 아트센터 건립에 투입된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어쩔 것인가.

제발 신중하기 바란다.
제발 멀리보기 바란다.
제발 진심어린 충고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3·15아트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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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윤기 2010.03.09 14:1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315아트센터가 섬이라면... 지금이라도 육지와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도시 전문가로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제안도 좀 해주시지요?

    • 허정도 2010.03.10 08:08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쎄요.
      답이 없는 계획은 없으니, 깊이 고민하면 문제를 해소하거나 부분적이이라도 도움될만한 길을 찾을 수 있겠죠.
      1-2년 전에 아트센터에서 운동장을 지나는 그린웨이가 제안한 적이 있는데, 복합적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네요.
      하지만 아무리해도 바닷가의 낭만은 얻을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2. 이진규 2010.03.09 16:55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말이 되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마산YMCA 부근의 주택과 점포들을 뒷풀이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적당히 골목도 있고 산비탈 아래라서 나름 운치도 있을듯 합니다.

    상업용지가 아니라면 시에서 용도를 변경해서라도 막걸리집, 호프집, 음식점, 노래방 등등...
    헐어내지 않고 리모델링만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길건너 메트로시티 앞의 점포들도 타운을 형성하면 좋을듯 합니다.

    • 허정도 2010.03.09 17:2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ㅎㅎ

  3. 후배 유림 2010.03.17 20: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이파크 자리에 아트센터가 있다고 생각하니 진짜 좋은데...

    얼마전 어머니 모시고 성인가수 콘서트엘 다녀오면서도
    참 황망한 곳이다 고 느꼈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움직이기 불편할뿐더러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엔 더더욱 불편했거던요

    추운날 어찌나 바람은 또 많이 불던지..
    좋은 시설이 아깝다 생각이 들었는데
    ...

    • 허정도 2010.03.17 22:02 신고 address edit & del

      글쎄 말입니다.
      많은 돈 들여서 효과가 적으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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