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09.09.07 15:50

24시간 만에 마산 제대로 보여주기

먼 곳에서 10여 명의 손님이 왔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현직 교수와 젊은 대학원생들이었는데 모두 마산이 초행이었다.

오후 3시 경 버스 편으로 양덕동 터미널에 도착한 이들의 마산 여행은 이 도시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멀게는 여몽연합군의 정동행성으로부터 조창과 개항, 식민지 시대를 거쳐 가깝게는 3·15의거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년을 넘나드는 마산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저녁식사는 신마산 두월동에 나가 해결했다.

‘통술거리’라 명명된 두월동 거리는 개항 직후인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차지한 조계지에서 최고 번화가로 쿄마찌(京町)라 불렀던 곳. 거리의 내력을 안 여행자들은 자신들이 100년 전 조계지 한 가운데 앉았다는 것만으로 매우 즐거워했다.

통술집 특유의 신선한 해물과 풍성한 양 때문에 모두들 낯선 도시의 밤을 한껏 즐겼다.


▲ 마산 통술거리와 통술집의 기본차림상

숙박은 돝섬에서 했다.
세련되지도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았지만 정성들여 꾸며 놓은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고, 섬에 왔다기보다 마치 큰 유람선을 탄 듯해서 항구도시의 소박한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섬에서 도시전체야경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본인들이 조성한 개항장 거리를 걸어 마산이사청과 신동공사 터를 찾았다. 합방 직전 융희황제(순종)가 마산에 왔던 이야기와 개항 직 후 이 도시를 농단한 일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역사의 흔적을 더듬었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의미만 되새겼을 뿐, 어느 것 하나 눈과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마산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담하게 사라져 버린 문화유산들에 대한 질책을 그들로부터 받았고, 현존하는 일본헌병대 건물만이라도 보존하라는 당부에는 책임 못질 약속을 했다.

100년 도시를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둘러보고 남성동으로 이동했다.
조창이 있던 남성동 네거리와 창동·동성동의 수백 년 된 골목길은 여행자들에게 지나간 시간의 신비한 체험이었지만 이곳 역시 매 마른 설명 외에 달리 보여줄 게 없었다.

다음은 어시장. 퍼덕이는 것은 도다리와 볼락만이 아니었다. 생선과 뒤섞인 사람에게도 생명이 퍼덕이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항구시민에게는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 마산 어시장. 싱싱한 해산물 만큼 언제나 활기가 넘쳐난다.


점심은 중성동 생선국 집을 찾았다. 장사를 시작한지 무려 40년 가까운 이 식당은 고객의 평균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오래된 단골손님이 많다.

특이하게 생긴 생선 모양을 보고 웃고, ‘탱수’니 ‘아구’니 하는 이름 때문에도 웃었지만,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는 모두들 신기한 듯 놀랐다. 그들에게는 생선국 한 그릇도 새로운 문화체험이었다.

떠나면서, 시간을 가지고 다시 찾겠다는 약속도 하고, 뭐니 뭐니 해도 엊저녁 ‘통술집’이 제일 좋았다는 평가까지 있었지만, 모두들 한결같이 “이렇게 재미있는 여행은 처음이었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이 행사는 기왕 마산을 찾는 분들에게 이 도시의 생생한 현장을 체험시켜주자는 친구의 제의로 만든 작은 이벤트였다. 개항장, 조창지, 수백 년 된 골목길, 돝섬과 바다와 어시장, 그리고 통술집과 생선국.

오직 마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들 문화 컨텐츠의 위력은 예상했던 대로 놀라웠다. 24시간 동안 벌어진 이 작은 이벤트를 통해 그 동안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던 이 도시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마산 도시 발전을 원한다면, 그래서 사람 살만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면, 24시간 마산 여행이 성공한 까닭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Trackback 2 Comment 7
  1. 이은진 2009.09.07 16:08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야기가 없는 것은 사람들이 없는 것이지,
    땅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선조들을 잘 모르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모르니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허정도 선생님 알려주신 코스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전에 저도 돝섬에서 숙박하는 것을 고려해 보았는데
    배가 일찍 끊어진다고 하던데
    통술 먹고, 내 짐작에는 배가 없을 텐데
    의문이 드는 군요.

    돝섬의 숙박시설만 잘 해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허정도 2009.09.07 16:37 신고 address edit & del

      방문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늦은 시간까지 배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여행이 별겁니까?
      낯선 공간에서 낯선 체험을 하는 것이 최고의 여행아니겠습니까?
      소박했기 때문에 더 좋았던 추억입니다.
      감사합니다.

  2. 林馬 2009.09.07 23:4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블로그도 운영하십니까?
    몰랐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마산기행, 저가 이곳저곳 디다본 느낌이군요.
    마산에 살면서 마산을 이야기하지만
    이 글을 읽고 정말 저는 아는 것이 없구나를 느꼈습니다.
    우리 고장의 좋은 역사공부 잘 했습니다.
    기회되시면 중성동 생선국집 한번만 안내해 주십시요.
    그 댓가로 저가 쏘겠습니다.
    이 글로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으니 말입니다. 하하~

    • 허정도 2009.09.08 08:21 신고 address edit & del

      환영합니다.
      ‘林馬’라고 하니 괜찮은데 ‘임마’라 하니 조금 미안하네요.
      어쩔 수가 없네요, ‘임마’를 ‘임마’라 하니,,,


      별 것도 아닌 글을 좋게 봐주어 고맙습니다.
      소박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늘려있는 역사와 문화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철들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마산 같은 올드시티에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언제 기회 되면 함께 둘러보시죠.
      제가 아는 대로 안내해 보겠습니다.
      저보다 아는 게 훨씬 많은 친구들도 있으니,
      제가 모르는 부분은 친구들에게 물어서라도 해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임마’가 누굴까????

    • 林馬 2009.09.08 15:16 신고 address edit & del

      '임마'를 모르신다고요???
      위 林馬를 함 눌러보시면 금방 알 수있을텐데요?
      울 대표님을 넘 존경하는 소박한 마산시민입니다 하하~

  3. 유림 2009.11.13 10:2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부끄러운 말입니다만 마산 토박이면서 정말 마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니 알 기회가 없었다고 하면 변명이 될까요?

    타지 생활을 하다 보니 고향이 너무나 그리워
    다시 돌아왔지만
    추억은 떠올릴뿐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공부 많이해서 친구들 마산오면 이야기 해주고 싶네요

    • 허정도 2009.11.13 11:23 신고 address edit & del

      방문감사합니다.
      다음 카페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에 가셔서 마산도시탐방에 참여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얼음장수의 뜨거웠던 하루 : 3.15의거 한 참여자에 관한 미시사적 분석 - 3

Ⅱ. 얼음장수의 정체, 증언 및 평가 2. 녹취와 증언록 다음은 하상칠이 2010년 7월 21일 14시 3 15의거기념사업회 회의실에서 당시 백한기 회장 앞에서 2시간여에 걸쳐 진술한 증언 녹취록을 풀어 그해 말 동 사업회에서..

얼음장수의 뜨거웠던 하루 :  3.15의거 한 참여자에 관한 미시사적 분석 - 2

Ⅱ. 얼음장수의 정체, 증언 및 평가 1. 연구 대상자 프로필 (이 부분은 연구 대상자가 필자의 장인이어서 평소 필자가 그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사항과 그의 사망 후 필자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그의 가족, 일가, 지인..

얼음장수의 뜨거웠던 하루 : 3.15의거 한 참여자에 관한 미시사적 분석 - 1

이 글은 1960년 3․15의거 당일 야간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던 한 개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개인사를 하나의 창으로 삼아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한 경남대학교 경제금융학과 서익진 교수의 논문이다. 연구는 사적 기록이나 증..

걸작 - 이집트 룩소르 구르나 마을 - 4

구르나 마을이야기 - 2 《극장》 극장은 아름다운 내부공간과 무대를 가지고 있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담쟁이가 덥혀있었다는 객석 회랑 목조 파고라 위의 담쟁이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지만 흙으로 빚어진 구조물은 모두 원형대로 ..

걸작 - 이집트 룩소르 구르나 마을 - 3

구르나 마을 이야기 - 1 일행이 나일강변에 자리한 경관 좋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던 오후. 안내자와 함께 조그만 배를 타고 나일강을 건너 구르나 마을로 향했다. 구르나 마을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안내자 덕분이었다. 그..

걸작 - 이집트 룩소르 구르나 마을 - 2

위대한 건축가 하싼 화티(Hassan Fathy) - 2 하싼 화티가 구르나 마을을 건설할 1940년대 중반, 그 당시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이집트는 서양식 건축이 판을 치고 전통적인 이집트 양식의 건물들은 사라져가고..

걸작 - 이집트 룩소르 구르나 마을 - 1

위대한 건축가 하싼 화티(Hassan Fathy) - 1 (이 글은 이집트 여행 중 우연히 만났던 하싼 화티의 구르나 마을 경험담이다. 오래 전 일이다. 지금 생각해도 그 우연은 내게 축복이었다. 울렁이는 감격으로 구르나를 둘..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4

도강언(都江堰)에 올라 이빙(李冰)을 생각하다 저명한 중국의 역사학자 위치우위(余秋雨)는, 중국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건축물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도강언이라고 했다. 도강언의 외관상 규모가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3

위대한 목민관 이빙(李冰) 도강언 주변 일대는 성도나 인근 지역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기도 했다. 울창한 숲 속에서는 특유의 목소리를 내는 사천 매미가 왕왕거리며 울어댔고, 서북쪽의 산록에서는 시원한 고원 바람이..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2

5백 갈래로 나누어진 민강(岷江) 도강언의 시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취(魚嘴)와 비사언(飛沙堰), 보병구(寶甁口)가 그것이다. 이 세 시설은 따로 있으나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결과적으로 하나의 유기체적 결합..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1

천부지국(天府之國) 언젠가 중국 사천성 일대를 여행하였다. 그 동안 십 수차례 중국을 드나들었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운 것은 수천수만 겹 녹아있는 역사의 층위다. 대륙은 깊고 넓었으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다. 지구상에..

노회찬의 추억
노회찬의 추억 2018.07.30

노회찬 의원과 저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매체를 통해 저만 그를 알았을 뿐 그는 저를 몰랐습니다. 노회찬 의원을 직접 만난 것은 2016년 2월쯤이었습니다. 그해 4월 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내려왔을 때였습니다. 처음 만..

북한건축 - 건축은 건축의 눈으로 보아야

(지난 5월 29일 「건축사신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글 중 '우리'는 건축사를 말합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그 날, 이 나라 모든 국민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찬장에서 제주도 소년 오연준의 목소리..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4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4 아파트의 대중화는 주거설비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아파트 사용자들은 첨단시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방시설에서 비롯되었다. 주부의 가사노동을 줄여줄 뿐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과..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3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3 2002년 말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1인 가구를 포함하는 신주택보급률 역시 2008년에 100%를 상회(100.7%)함에 따라 주택의 양적 공급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