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010.04.05 07:00

재개발 아파트도 언젠가는 낡는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재개발사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여기서 사용하는 재개발이란 용어는 주거환경이 나빠서 기존의 건물을 헐고 고층아파트로 다시 짓는 일체의 개발공사를 통칭한다)

대 도시 를 중심으로 불붙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마치 낡고 좁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깨끗하고 넓은 아파트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나 권리처럼 인식되었다.



본래 재건축은 기존에 사용하던 건물의 시설이 노후하거나 혹은 구조적으로 위험하여 도저히 더 이상 건물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이를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주거 환경 을 바꾸자는 근본적인 목적보다 경제적인 이득을 보자는 실질적인 목적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용적률이 낮은 저층 아파트를 철거하고 거기에 고밀도의 고층아파트를 건립함으로써 발생하는 잉여금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건축을 하면 가장 이익이 많을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즉 공지가 많은 저층 아파트가 그렇지 못한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보자는 것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재건축 대상 기한인 20년이 되지도 않은 멀쩡한 아파트까지도 소위 전문가의 손에 의해 시설이 노후한 것처럼 혹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고서를 무리하게 만들어 사업을 시행한 사례까지 있었다.

경제적인 이익을 전제로 한 재건축사업은 아파트의 밀도가 개발 이전보다 높아야 된다는 것이 절대조건이다.
밀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잉여금이 없어지고 잉여금이 없어지면 재개발해야할 중요한 목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고밀도라는 절대조건을 가진 재개발 사업에서 주위의 환경과 도시 공간을 고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환경보존과 개발이익의 충돌 때문이다.

지금을 보지 말고 미래를 한번 바라보자.
재개발한 아파트도 언젠가는 낡는다.
우리가 지금 낡았다고, 그래서 헐고 다시 짓는 아파트도 언젠가는 지금 아파트처럼 낡을 수밖에 없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기준만으로 도시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없어져도 도시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도시의 생명은 길다.
건축물도 우리보다 수명이 긴 것이 많다.
재건축이란 이름으로 지어진 고밀도 고층아파트들은 그것을 있게 한 우리들이 떠나고 난 뒤에도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건물의 구조재로 사용되는 콘크리트의 수명은 대략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20년 주기로 콘크리트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너무 심한 자원 낭비다.
언제까지 뜯고 짓고를 반복할 것인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주거지는 이미 생활방식이 변했기 때문에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멀쩡한 저층아파트 20년 되었다고 철거해도 된다는 생각은 바꿔야한다.



Trackback 1 Comment 6
  1. 이윤기 2010.04.06 10: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재개발 아파트가 다시 낡을 즈음엔 자신들이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요.

    실제로도 그럴가능성이 높구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타산이 안나오니...30년 되어도 멀쩡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 허정도 2010.04.06 17:05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튼 도시는 발등에 불처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 뿐입니다.

  2. 최정건 2010.04.08 02:2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도시는 남녀노소 빈부의 구별 없이 같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지역에서 가장 못 사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시스템입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그래도 내 집이 있어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데, 이 재건축 재개발로 인하여 인근 변두리를 떠돌아 다니는

    인공위성의 삶이 됩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아제 아파트는 임대아파트 위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 허정도 2010.04.08 08:28 신고 address edit & del

      참 좋은 생각입니다만, 현실화 시키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상품으로서의 주택보다는 사용품으로서의 주택이 되겠지요.
      국민주거 안정도 그렇게 되어야 이루어 질거고요.

  3. 후배유림 2010.04.09 09:1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침 신문에 난 기사가 눈에 확~

    한옥에 30년을 산 외국인이 그랬다더군요

    한국인을 돌대가리다...

    지역민이 개발을 하고 정부는 보존을 하는 시스템인 외국과는 달리
    유독 우리나라와 중국만이 싹 쓸고 콘트리트 숲을 만든다면서..
    그리고 외국은 건물과 땅의 가치와 가격이 시간이 갈수록 오른다고 하더군요

    의미있는 한마디에 아침에 잠깐 생각을 했습니다.

    가격에만 너무 매달리는 지금의 모습이 여전히 안타깝습니다

    • 허정도 2010.04.09 09:46 신고 address edit & del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가치, 역사와 문화와 여가의 가치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치는 오직 돈, 돈, 오직 돈 뿐이니 말입니다.
      후배님은 그러지 마세요.... 제발

2009.08.11 18:12

'마산 해양신도시' 지금 중단해야한다

오는 11월 착공예정인 마산 앞바다 해양신도시는 재고되어야 한다. 이곳에는 마산도시를 바다와 단절시킬 고층 아파트 1만 가구가 계획되어 있다. 아파트 외에 다른 구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계획은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많을 것 같다.

바로 잡아야 한다. 석 달 남았으니 아직 기회는 있다. 선진해안도시를 보라, 생산적이면서도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고품격 수변공간이 얼마나 많은지. 가포에 항만공사를 하면서 발생할 준설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도시정책이니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꾸어야 한다. 왜 그래야만 하는가?



첫째, 현 마산 도시상황에서 1만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마산 곳곳에서 추진되는 재개발 사업은 총 48개 지역, 3만7000 가구이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어쩔 것인가. 지금도 걱정이 태산인데 바닷가 좋은 자리에 1만 가구가 들어서면 이들은 어떡하란 말인가. 신포동 매립지의 고층아파트와 한일합섬 터의 아파트 분양도 시원찮다는 소문이 들리는데다가, 한국철강 터까지 기다리고 섰는데 말이다.

본래 신도시개발은 인구를 분산시켜야할 정도로 포화상태가 된 도시에서 선택하는 정책이다. 과연 마산의 도시상황이 그런가. 발전 동력이 부족한 이 도시에 신도시 만들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결국 기존 도시의 희생이 따를 것이다.

인구 감소하는 마산은 신도시가 필요없다

신도시를 만들기보다는 기존도시의 획기적인 개발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상권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그것이 마산 도시정책의 정도다.

혹 신도시가 마산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분도 있겠지만,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풍선효과임을 알아야 한다.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불거지고 저쪽을 누르면 이쪽이 불거지는 풍선효과. 신도시 1만 가구의 분양이 성공하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재개발 주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신도시의 상업시설과 경쟁해야 할 창동 오동동 월영동 상권도 크게 위축될 것이다. 자명한 이치다.

두 번째는 도시환경과 경관에 관한 걱정 때문이다.

신도시가 차지하는 해안선은 약 2킬로미터다. 자유무역지역을 제외하면 이 도시의 해안 절반을 틀어막는 엄청난 규모다. 선진 도시처럼 도시 속에 대규모 바람통로는 못 내더라도 기존 도시의 입과 코를 틀어막는 고층 아파트 계획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 바닷가에 지도에서 보는 것 처럼 거대한 매립지가 생길 예정이다.

해양신도시 조감도

▲ 매립지에는 1만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바닷가에 들어선 현대아이파크가 780가구, 아파트가 숲을 이룬 한일합섬 터 아파트가 2,100가구이니 1만 가구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것 아닌가.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 뒤로는 무학산에 막혀버린 폐쇄된 공간 한 복판에서 살아갈 시민은 누구일까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결국에는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나지나 않을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신도시의 설계도를 보면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언젠가 '태풍 매미가 와도 신도시는 염려 없다'고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림은 그저 그림일 뿐이라지만 '신도시만 좋으면 기존 도시야 어찌되든 상관 없는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도시는 어찌되든 상관없나?

논의를 조금 더 넓혀보자.
현재 조성 중인 가포 신항만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착공 전부터 있었다. 필자 역시 공개석상에서 여러 번 물었다. 하지만 중앙정부도 마산시도 뚜렷한 답을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묵묵히 공사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신항만 예측 물동량이 협약 당시에 비해 3분의1 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기왕 매립한 이 터를 제2자유무역지역으로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확히 검토하여 수익성에 자신이 없다면 저 매립지를 항만이 아닌 다른 용도로 바꾸어야 한다. 로봇랜드와 관련한 산업단지도 좋고 제2자유무역지역도 좋다. 그렇게만 되면 준설토가 안생기니 신도시 문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절차가 복잡하겠지만 시민들의 합의가 있으면 못할 일도 아니다. 결정하고 시행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도시정책이고 도시환경이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니 늦지 않았다. 이 도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지금이라도 재고하기 바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

Trackback 3 Comment 9
  1. 괴나리봇짐 2009.08.13 09:29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허정도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김태훈입니다. 블로깅을 하다보니 이렇게 만나뵙게 되네요.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와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허정도 2009.08.13 12:56 신고 address edit & del

      반갑네요, 김태훈씨.
      오랜만입니다.
      요즈음은 무슨 일을 하고 있지요?

  2. 괴나리봇짐 2009.08.13 16: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은 콘텐츠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도 만들구요, 지자체 문화사업 컨설팅도 하구요. 그리고 딸 둘 낳아 재미낳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허정도 2009.08.14 01:05 신고 address edit & del

      화면보니 딸들 모습이 참 재미있네요.
      이뻐요.
      내 아이도 저런 때가 있었나,,, 싶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혹시 마산 오실 기회 있으면 연락 주세요.
      무학소주에 회 한 접시 준비하겠습니다.

  3. 박력 2009.10.15 13:1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10년만에 마산을 다녀 왔습니다. 생각보다 발전 하지 않았더군요.... 그런데 아이파크를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 아이파크에 사는 사람은 그런데로 살겠지만 다른 사람은 좀 불편하겠더군요.... 마산만의 캐릭터가 필요한데 개발 논리로 타인의 행복을 가로채는 것은 아닌지....
    허정도님의 반대의 의견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마산의 해안을 어떻게 주민에게 돌려줄 것인지... 아이디어는 없을 까요..
    만약 마산의 바다를 주민에게 돌려 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마산의 경쟁력이 아닐지...
    타지로 떠난 사람이 돌아오고 싶은 고향이 아닌지....
    마산시장님은 일은 많이 하셨지만 마무리는 저렇게 지으면 안되겠죠...
    시장님을 바꿔야 해결되겠군요

    • 허정도 2009.10.18 00:18 신고 address edit & del

      늦었습니다.
      댓글을 살펴보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아, 최근 올린 글만 보다가 글을 못 읽었습니다.
      마산 해안을 살릴 수 있는 아이디어는 몇가지 있습니다만 마산시의 의지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 해안에 있는 각종 공공업무시설을 한 곳에 묶어서 옮기고 그 자리를 공공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을 마산시가 밝혔습니다.
      매우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발상이 계속된다면 참 좋을텐데,,,
      해양신도시라 일컫는 해안아파트건설공사 계획도 수변공간 위주로 변경되면 좋은 결과가 있겠죠.

  4. 그런데 2010.05.04 14:5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말씀은 옳지만 대안은 부족합니다.
    해안에 있는 각종 공공시설을 한 곳으로 묶어 옮기고 그 자리를 공공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건, 바로 해양신도시를 전제로 하기에 그렇습니다. 해양신도시를 반대하면서 그 긍정효과만 따로 떼어내서 다른 일인양 다룬다면....;
    해양신도시를 저밀도로 개발하자는 주장엔 공감이 갑니다. 다만, 무슨 돈으로? 이렇게 묻자면 쉽지않는 문제입니다. 다른 곳에 쓸 세금을 끌어모아서? 아님, 낭비를 줄여서? 아님 투자기업인들을 설득해서?
    그리고 마산인구가 줄어들어 신도시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엔 수긍이 안됩니다. 마산시 인구가 줄어드는 건 연담도시인 창원이나 김해나 진해에 비해 쾌적한 주거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신도시가 불필요한 건 차라리 창원 김해 진해이지 마산이 아닙니다. 마산에서 창원으로 진해로 김해로 빠져나간 인구들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다면 인구감소는 가속됩니다. 인구가 늘어나도록 유인해야지 줄어드는 것에 맞추다 보면 더 빨리 줄어듭니다.

    • 허정도 2010.05.04 16:49 신고 address edit & del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제 글은 해양신도시에 들어설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부적절하다는 것과 마산도시의 특성으로 미루어 신도시개발보다는 기존도시를 살리는 쪽으로 도시정책을 집중시켜야된다는 뜻입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5. 그런데 2010.09.28 14: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답변 감사드립니다.
    본문은 마산지역을 너무 폐쇄적(고립된 도시)으로 보는 느낌입니다. 연담도시들간 인구이동이 별로 없다는 전제하에선 '풍선효과' 지적이 맞습니다. 대규모 신시가지가 들어선다면 초기에 구시가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양신도시가 매력적인 주거지로 부상한다면 연담도시에서 인구가 들어옵니다. 결국 구시가지에도 지속적으로 개발 자극을 줍니다. 창동,오동동 일대 상업지가 살고, 구주거지의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해양신도시같은 촉매제(동력)가 필요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주거지 가까이에 학교,은행,병원, 공원,문화시설등 생활편의 시설이 집중된 곳을 선호합니다. 해양신도시같은 규모의 경제여야 합니다.부산 해운대 센텀신도시 사업이 해운대구 전체에 자극을 주는 것처럼요. 이런 선순환 효과없는 창동 오동동 도심살리기와 구주거지 재개발 사업은 헛구호에 세금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2009.05.29 09:12

노무현의 추억

 



최근에 용산 재개발문제로 참극이 빚어졌습니다만, 이런 사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조세희 선생의 ‘난쏘공’이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 난장이들의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18년 전, 1991년이었습니다.
건축가였던 나는, 세입자이기 때문에 재개발의 혜택은커녕 어디론가 빈손으로 쫓겨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 끝에, 기존의 재개발방식과 달리 세입자도 입주 가능한 방법을 연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아무 방법이 없는지, 집을 지어주지는 못하지만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제시해보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산에서 펴낸 이 책을 읽고 공부하시겠다고 직접 전화를 한 후 보좌관을 보내 받아간 그 책 입니다.


일 년간의 시간을 들인 뒤 ‘세입자의 입주가 가능한 재개발’을 주제로 책을 한 권 펴냈습니다. 집 주인만 혜택을 받았던 기존의 방법과 전혀 다른 재개발이라 언론의 관심도 높았습니다. 비매품이라 구입할 수 없으니 보내달라는 요청을 여러 곳에서 받았습니다만 모두 도서관이나 주택정책연구자들이었습니다.


국회의원 노무현의 전화를 받다



실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될 정치가와 행정가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당시 13대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허정도 선생님입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저는 국회의원 노무현입니다. 허 선생님께서 재개발에 관한 책을 펴냈다고 이야기들었습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그 책을 한 권 구해 읽어보고 싶습니다. 파는 책이 아니라서 이렇게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아, 예…, 그렇게 하시죠.”
“보좌관을 마산으로 보낼 테니 그 친구 편으로 한 권 보내주기 바랍니다.”
“우편으로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
“아, 아닙니다. 그 친구가 부산에 갈 일이 있으니 마산에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 1991년 당시, 연구 대상 지역이었던 곳 입니다. 사진의 스레이트 지붕이 지금은 콘크리트 스라브지붕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세입자를 배려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며칠 뒤 마산에서 만난 보좌관의 말.


“지역구의 가난한 세입자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기 위해 노무현 의원께서 직접 책을 읽어보려는 것입니다”


저의 짧은 ‘노무현의 추억’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는 이런 정치가였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치가의 모색을 그는 몸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노무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한국정치에 대한 희망을 그에게서 발견했습니다.


오래된 일이라 잊고 있었는데 그가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날, 불현듯 그 때 일이 생생히 떠올라 이 글을 썼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같은 자리에 서서 세상을 바라본 정치가 노무현…,
그가 정녕 아깝습니다.

 


윤민석님이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추모 노래 '바보 연가' 입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이 고양이보다 나을까?  (2) 2009.12.06
게으름의 미학  (2) 2009.11.06
굵고 짧은 놈, 가늘지만 긴 놈  (0) 2009.11.04
아내와 『KBS 아침마당』에 출연했습니다  (19) 2009.10.21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10) 2009.10.12
노무현의 추억  (12) 2009.05.29
Trackback 0 Comment 12
  1. sisters 2009.05.29 09:2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부디 편안한 곳에 가셨길

    • 허정도 2009.05.29 10:11 신고 address edit & del

      방문해주어 감사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무탄트 2009.05.29 09:51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아~~가슴 시리도록 마음 아프게 하는 인간 노무현...정말 아깝습니다..그와 잡았던 손의 온기를 절절한 그리움으로 안겨주고
    떠났기에 정말정말 억장이 무너지도록 가슴이 아픕니다..면복이 없습니다..당신을 사랑한 한사람으로서..부디 좋은곳에서 편안하시길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 허정도 2009.05.29 10:12 신고 address edit & del

      참 가슴이 아프네요. 좋은 지도자 한 분을 잃은 것 같습니다.

  3. 구름 2009.05.29 16:4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리는 바로 그 시간에 깡패 용역들이 용산에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문정현신부님이 깡패같은 용역들에게 끌려 나오셨다고 하는군요.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서울광장에 몰리고, 언론이 모두 서울광장에 몰려간 동안 철거민들을 끌어낸 것 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네요.

  4. 야무진 2009.06.02 09: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5. 푸른옷소매 2009.06.02 18:24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너무 소중한 분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 등산길 2009.06.03 16:0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서민을 위해 . 서민과 함께 할수 있는 분이 서민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고인을 명복을 두손모아 빕니다

  7. 자연 2009.06.14 15: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초보연구자로서 위의 선생님의 책을 읽고싶습니다..
    jin21s@dreamwiz.com 이메일 입니다..

    • 허정도 2009.06.15 17:14 신고 address edit & del

      너무 오래된 책이라 여분이 없습니다.
      참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내용이 별로 없어서 볼만한 책은 아니지만, 혹 필요하시면 몇몇 대학도서관에 소장된 것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출판 당시에 서울대도서관, 한양대도서관 등에서 연락이 와 보내준 기억이 있습니다.

  8. 수잔 2009.06.30 17:1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즐겨찾기를 해두고 보고 또보기를 몇번...
    흐르는 노래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언제까지 노짱님을 그리워하며 뒤로 뒤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현시대를 가슴 아파해야 하는지...
    허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같은 분들이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그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겠죠?
    우리사는 세상이 노짱님 희생의 값으로 사람사는 세상이 빨리 다가오는 오는 날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9. 박주언 2009.10.22 13:06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님을 지지 합니다. 노무현님도 허정도님도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3

위대한 목민관 이빙(李冰) 도강언 주변 일대는 성도나 인근 지역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기도 했다. 울창한 숲 속에서는 특유의 목소리를 내는 사천 매미가 왕왕거리며 울어댔고, 서북쪽의 산록에서는 시원한 고원 바람이..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2

5백 갈래로 나누어진 민강(岷江) 도강언의 시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취(魚嘴)와 비사언(飛沙堰), 보병구(寶甁口)가 그것이다. 이 세 시설은 따로 있으나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결과적으로 하나의 유기체적 결합..

걸작 - 중국 사천성 도강언(都江堰) - 1

천부지국(天府之國) 언젠가 중국 사천성 일대를 여행하였다. 그 동안 십 수차례 중국을 드나들었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운 것은 수천수만 겹 녹아있는 역사의 층위다. 대륙은 깊고 넓었으며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다. 지구상에..

노회찬의 추억
노회찬의 추억 2018.07.30

노회찬 의원과 저의 인연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매체를 통해 저만 그를 알았을 뿐 그는 저를 몰랐습니다. 노회찬 의원을 직접 만난 것은 2016년 2월쯤이었습니다. 그해 4월 선거를 앞두고 창원에 내려왔을 때였습니다. 처음 만..

북한건축 - 건축은 건축의 눈으로 보아야

(지난 5월 29일 「건축사신문」에 실렸던 글입니다. 글 중 '우리'는 건축사를 말합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그 날, 이 나라 모든 국민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만찬장에서 제주도 소년 오연준의 목소리..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4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4 아파트의 대중화는 주거설비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아파트 사용자들은 첨단시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방시설에서 비롯되었다. 주부의 가사노동을 줄여줄 뿐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과..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3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3 2002년 말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1인 가구를 포함하는 신주택보급률 역시 2008년에 100%를 상회(100.7%)함에 따라 주택의 양적 공급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라고 볼 ..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2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2 오늘날 우리나라 도시들을 뒤덮고 있는 아파트 홍수의 시작은 1988년에 시작한 ‘주택 2백만 호 건설’이다. 이 사업은 전년도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었다. 2백만 호..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11 - 1980년대 이후

5) 1980년대 이후 - 1 1960년대 이후 계속된 인구의 도시집중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에 비해 택지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을 낳았다. 이런 현실은 필연적으로 주거의 집단화와 고층화를 요구하였고 그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10 / 새마을운동의 농촌주택개량사업

4) 새마을운동의 농촌주택개량사업 - 2 농촌 주택개량사업은 새마을운동 시작 다음 해인 1972년부터 전개되었으며 담장이나 지붕 등의 부분적 보수와 개량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리들은 초가지붕이 비위생적이고 아름답지 못..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9 / 새마을운동의 농촌주택개량사업

4) 새마을운동의 농촌주택개량사업 - 1 1960년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농촌은 전쟁으로 입은 농토의 피해와 농촌인구의 감소 등으로 아직 근대화의 영향을 받지 못한 채 재래식 농경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거환경 또한 전쟁피해..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8 /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3)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 3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주택 시장은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개발과 성장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지어진 단독주택은 대부분 도시 한옥과 양식이 가..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7 /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3)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 2 1960년대는 한국사회의 큰 전환기였다. 4·19혁명과 5·16쿠데타에 따른 정치적 격변을 겪었고, 소위 경제개발정책에 따른 제반 개발이 계획적으로 유도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6 /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3) 해방 후부터 제4공화국(1970년대)까지 - 1 1945년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면서 비로소 주체적인 주거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되지만 경제 사회적 제반 여건이 불비하여 주체적인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

경남지역 주거변천사 - 5 /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2)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 2 일제하의 중·상류계층의 주택 유형으로는 양식주택과 절충식(개량식)주택·개량 한옥·문화주택·공동주택·영단주택 등을 들 수 있다. 양식주택은 서양식주택을 말하며, 절충식 주택은 과도기적 상황에..